전체 글1398 발을 씻으며/ 황규환 발을 씻으며/황규관 사람이 만든다는 제법 엄숙한 길을 언제부턴가 깊이 불신하게 되었다 흐르는 물에 후끈거리는 발을 씻으며 엄지발톱에 낀 양말의 보풀까지 떼어내며 이 고단한 발이 길이었고 이렇게 발을 씻는 순간에 지워지는 것도 또한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때로는 종달새 울음 같은 사랑을 위해 언젠가는 가슴에서 들끓는 대지를 험한 세상에 부려놓으려 길이, 되었다가 미처 그것을 놓지 못한 발 그러니까 씻겨내려가는 건 먼지나 땀이 아니라 세상에 여태 남겨진 나의 흔적들이다 지상에서 가장 큰 경외가 당신의 발을 씻겨주는 일이라는 건 두 발이 저지른 길을 대신 지워주는 의례여서 그렇다 사람이 만든 길을 지우지 못해 풀꽃도 짐승의 숨결도 사라져가고 있는데 산모퉁이도 으깨어져 신음하고 있는데 오늘도 오래 걸었으니 발.. 2022. 1. 17. 새해는 새 마음으로 새해는 새 마음으로 이스라엘 백성 광야 40년이 하나님의 보호하심이었다면 지난 2년은 백신으로 몸을 보호하여 먹이시고 입히신 하나님의 울 안이었다고 하자 원망과 다툼으로 얼룩진 광야 생활이 가나안의 축복이었듯이 코로나19 올무로부터 살아남게 해주신 하나님 은혜였다고 하자 아침 해 밝아오면 어둠이 물러가듯이 힘차게 새해를 설계하고 하늘 우러러 희망을 품자 2022. 1. 16. 서 창(西 窓) 서 창(西 窓) 잠든 것 같지만 깨어있어 석양이 오면 환하게 일어나 반겨 맞이하더구먼. 똑똑 첫눈이 와 노크하는데도 묵묵부답 눈발만 맞는다. 2022. 1. 15. 나는 부천 작가다 나는 부천 작가다 마스크 쓰고 동네 한 바퀴 2021. 12. 27. 2022년 새해 달력입니다 기념 달력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새 해 뒷 해엔 잘 가란 인사는 안 할래요 이유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무정한 해 이니까요 마음 같아선 정동진을 향해 가다 산머리 어디 쯤서 새해를 맞고 싶기도 하지만, 그만둘래요 입 막고 코 막아 함성도 못 지를 빠끔히 보면서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새 해가 아닌감요? 아직 두껑도 안 연 2021년이 이틀이나 남았지만 여기 내 디카시로 만든 순 김옥순 표 새해 달력 1월입니다 쥔을 닮아 볼품은 없지만 시를 좋아하시는 분만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 2021. 12. 27. 겨울 골목 한 바퀴 남천 나무 열매 동네 커피점 크리스 마스라고 밖에다 요로코롬 진열했다 코로나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가 지나면서 보면 안스럽기도 했는데 전선에 새가 오래 앉아 있기를 경쟁을 해 결국엔 내가 젔다 굳세어라 새봄까지 참 날씬하게도 벗었다 까치밥 치고는 너무 많은 감홍시 어느 시인의 "몽돌"이란 시를 읽고 이 돌이 다시보았다 얼마나 씻겨야 이처럼 고울가 자연은 철을 타지 않는다 순응 할 뿐 2021. 12. 24. 눈사람 눈사람 금방 태어나 하얀 묵묵부답 즐거운 하늘에서 온 사람 2021. 12. 19. 메리크리스마스 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 크리스마스 자가 격리 아닌 격리로 답답한 연말 억지로 풀었던 일상 갇혔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 나오듯 몰려다니더니 또다시 거리 두기 첫날 눈이 왔다 환자는 사상 최고를 넘나들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위협을 해 백신 3차까지 맞고도 나갈 마음이 없었는데 하지만 오늘은 누군가와 얘기라도 나누고파 별 의미 없는 글만 쓰고 있는데 상동에 사는 권 시인으로부터 기별이 오기를 "밖에 나가보세요. 눈 옵니다 건달 시인님! 부리나케 챙겨 옥상엘 올라가니 석양 녘이다 하늘 보고 눈 보고 모두 반가운 손님인지라 어느 손님을 먼저 반길까 정신없이 찍어대다가 그만 쿵! 하지만 아무도 안 봤다 슬며시 일어나 사방을 살핀 후 혼자 웃었다 아무도 없어 다행이라서 그래서 또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직 일주일이나 남.. 2021. 12. 18. 흐린 날의 오후 10월 초 ~ 12월 중순까지 추위도 무릎 쓰고 핀다 아직 필 것이 더 있지만 이것은 두고 볼 일이다. 따복이네 뜰 마지막 꽃 겨울에 든 마루 오솔길 명자씨 보장 할 수 없는 꽃망울 비 온 뒤 다시 한 송이 이슬비가 오는데 갈색 이파리가 후르르 앞에 와 정지를 하여 보자 하니 등치가 남 몇 배는 돼 날기도 힘들겠고 끌려가다 부셔질 것 같아 들어 올려 주었다 모습이 겨울에 든 날 닮은 것 같아서. 일 년 마지막 계절 빤짝 나온 해를 보고 나선 길에 세상만 쌍을 우거리며 이슬비가 집으로 가란다 언제부터 준비한 제비꽃 몽우리도 봐야 하고 브이 철부지 명자 씨도 봐야 한다고 하늘을 봤더니 알았다고 그리 세게는 안 내려 어찌 됐든 맺은 꽃망울은 터트리기를 바랬던 제비꽃은 제비 올 즈음 다시 오겠다고 돌아가셨고 명.. 2021. 12. 14.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1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