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02 조용한 마무리 조용한 마무리 가을을 세워두고 배롱나무는 옷을 벗어 허리에 두른다 빨갛게 또 분홍빛으로 백일을 채웠다고 복숭아나무 아래로 해당화 열매 붉어지고 그 그늘 밑을 벗어나려 쭉 뺀 허리가 휘청이다 누워버린 도라지꽃 세 송이 마무리를 짓는 곳 죽었는지 뿌리째 옮겨갔는지 늦도록 모습을 안 보이던 상사화 가을비를 맞고 한 송이 피우더니 어느새 꽃을 지우고 무궁화 한 아름 피고 지고 한꺼번에 확 피고 박태기나무는 일찍부터 꽃을 피우더니 밥알이기 같은 열매를 한 후 큼 달고 서서히 가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호박꽃도 꽃이라고 수꽃 한 송이 하늘 눈치를 보느라 꼿꼿하게 세워 힘주는 동네 울타리 키를 올린 해바라기도 문 앞에 온 가을 앞에.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2021. 9. 1. 검은 구름 지나고 검은 구름 지나고 흰 구름 푸근한 목화솜 폭 싸이고 싶어진다 어둡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에메랄드 빛 곱고 푸르다 2021. 8. 18. 여름의 꼬리 여름의 꼬리 2021. 8. 16. 갈비탕과 목사님 갈비탕과 목사님 내가 다니는 교회 담임 목사님이 갈비탕을 들고 오셨다 권사님~ 좀 올라가겠습니다. 미리 기척을 하셨지만 지금 목사님을 만날 형편이 안 됩니다! 뭐 특별하게 모시지 않더라도 문안에 들어와 기도해주고 갈 양이었겠지만 사양했다 모두가 편하게 지내던 여름이라서, 그런데 문 앞에 두고 간다는 전화를 받고 나가 보니 갈비탕이다. 꼭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들어오게 해서 냉수라도 한 대접 마시고 가게 할 걸 윗옷 걸쳐 입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문전 박대를 했으니 참 대단한 성도지. 크 2021. 8. 12. 목욕하는 참새 목욕하는 참새 내가 지켜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모래로 퍼 올려 몸을 닦고는 태연하게 날아간다. 나 또한 이 새의 행동에 별것 다 보여주네! 고마워, 속으로 또 볼 수 있을까 아쉬워했다. 2021. 8. 12. 참새 참새 2021. 8. 10. 시화전 추억해보기 부천 복사골 문학회 시화전 출품작 고성 국제 디카시 입상 작 부천 수주문학 축제 디카시 장려상 2021. 8. 5. 어제 그 노을 아침 노을 어제 그 노을 그새 아침노을로 왔네 올림픽 경기 보고 아이스크림 먹고 자려는데 또 노을이 뜨네 나 밤샘 일이라곤 아이고 덥다 덥다 지금 자려 하는데 어제 그 노을은 주무시지도 않고 돌아왔네! 2021. 8. 5. 가벼워 진다는 것 시인의 수입 새털구름만큼이나 높고 외롭고 쓸쓸한 그는 아무도 탐내지 않는 가을 하늘을 팔아먹고 산다 불암산 계곡 버들치만큼이나 마음이 가난한 그는 갈대와 바람을 팔아 월새를 낸다 구절초와 감국론으론 밥값을 벌고 딱새와 짝새로는 책값을 댄다 불암산 계곡물만큼 투명한 시를 읊조리면 가을 하늘도 새털구름도 다소곳이 그의 말속으로 들어간다 말이 글과 하나가 되는 시를 쓰면 딱새들도 짝새들도 그의 글 속에다 둥지를 튼다 울기 좋은 나무 그녀는 가늘고 긴 가지가 머리카락처럼 흐트러진 겨울나무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검은 나목이다. 눈물 샘이 말라버린 자가 기대어 울기 좋은 나무다. 울화로 막힌 가슴을 두드리고 두드려도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가서 대성통곡하고 싶.. 2021. 8. 3.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1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