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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둥그른 애호박

by 시인들국화 2011. 9. 16.

나 호박! 전남 구례 산동에서 왔습니다.

비단 상보에 싸여 한 걸음에 날아 왔습니다. 

 

내 어린 시절엔

모시밭 언덕에 심어놓은 치자나무를 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억센 넝쿨, 살갗에 스치면 피가 날 정도로 소름 돋치는 잎사귀.

천하고 만만했던 이 열매식물이

언제부터인지 건강식품으로 인기대열에 오르더니

그 몸값이 대단해졌어요.

못난 여자, 늙은 여자의 대명사 이었던 호박꽃이 말입니다.

 

난 작년 어느 날 이 호박꽃을 촬영하고 칭찬한 일이 있었지요.

하루에 피고 지는 수꽃이 얼마나 예쁘고 또한 가여웠던지

최고의 호박 신랑으로서

푸른 넥타이도 매어주고 턱시도도 입혀서 신부를 맞이하게 하였었지요.

첫새벽부터 서둘러 신부 맞을 준비를하여 한낮에는 중매쟁이들에게

아낌없이 꽃분을 퍼주고 짧은 일생을 끝내는 하루살이 호박꽃,

가슴 싸~한 것은 

이렇게 짧은 일생인 것을 그렇게 억센 가시로 지켜왔나

생각하니 사람이나 식물이나 허무하긴 마찮가지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무던히도 덥고 가물어 호박이 열리지 않았던 지난 여름과는 달리  

올해는 긴 장마 때문에 또 열매보기가 힘들었다고 할까요?

기후도 낡았는지 이제는 여름인지 가을인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늦게나마 풋 호박을 보니 작년생각이 떠올라 또 한 번 추억해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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