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팀입니다.
가느다란 것이
마치 포승(捕繩)줄처럼
목을 감고
용수철 모양 오글오글
매달아 내리더니
곡예 하듯 줄타기로 몸을 불리네요.
허리는 반쯤 수그려 무겁고
햇살이 눈을 찔러도
견디는 것은
달덩이 같은 것이
예쁘게 커감에 보람을 느껴서입니다.
올 같은 찜 더위에
수돗물로 목을 축이며
한사코 서 있는 것은
내 임무가 버팀이기 때문이지요.
예전
어느 어르신의 길동무였을 적엔
시원한 벤치에서 쉬기도 했고
오르막, 내리막길 앞서 모시며
어르신 주무실 적엔 문밖 대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어르신이 손을 놓아버리고
거리를 방황하다
농부의 눈에 들어
옥상 텃밭 버팀목이 돼
작년에는 가지밭을
올해는 토마토와 호박넝쿨을 붙들고
뙤약볕에도 행복하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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