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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학교 가는 길

by 시인들국화 2012. 5. 24.

 학교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시험 때가 되면 싫어도 간다. 밤중도 새벽도 모르고.

 

 점 하나만 찍으면 가는 학교를 돌아서 멀게 간다.
직행도 따돌리고 완행도 놓치고 걸어서 간다.
가는 길이 싫어서가 아니라 궁금한 곳이 많아서
이방 저 방 친구 방에서 놀다가 눌러앉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한다.

 

 단골 방인 가치불에 가면 나올 줄 모른다.

노래도 듣고 수다도 떨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아차, 뒤돌아보니 밥을 안 먹었네. 밥 먹고 가야지.

 

 밥 먹고 가는데 그새 궁금하여 또 들린다.
이러다 보니 학교는 지각하고 허둥대며 강의를 듣는데
졸음이 친구 하잔다.

그래서 학생은 자고 교수는 열강 한다.
맞습니다! 앞으로 고개만 끄덕이다 잠이 깨면,
참새는 콩밭에 나는 블로그 방에 있다.

 

 시험 날짜는 한 걸음씩 다가오는데도 나는 뻔질나게 돌아다닌다.
그림도 보고 사진도 구경하고 사는 이야기도 읽어 보고
그러다 어느 글에 마음이 머물면 조금 앉았다가 "잘 봤습니다."
인사 한마디 붙여놓고 돌아온다.

 

 그래도 가야 하는 학교이기에 다시 간다.
정신 차리고 들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시간에 듣던 곳을 찾아 이어 들어보지만,

머릿속은 텅텅 비어 되돌아 처음으로 간다.


다시 듣는 강의는 먼저 머리를 비운다.
쓰던 시도 내보내고 보았던 사진도 잠시 밀쳐놓는다.
안 나간다고 버티면 옥상으로 공원으로 억지로 내보낸다.

 

 그리고 책을 보니 자 왈 육십에는 귀가 순하여 이말 저말 알아서 듣는다고 했는데,
내 귀는 망령이 났는지 다 들어 오는데 공부만 안 들어온다.
 졸업은 언제 하려고 5학년이나 하면서,
햇볕은 나오라 하는데 6학년이 앞에서 얼쩡거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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