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집은
남쪽 섬마을
사철 푸른 대나무가 사그락사그락
휘영청 달 뜨면
철석철석 파도 해변을 거닐고
숲 끝 부엉이 임 그려 울 제
창호지 틈으로 든 외로움
이불 쓰고 읽는 사랑소설에
쿵쿵 가슴 달래었지.
늦가을에 먹던 돌배
새큼달큼 입안에
치렁치렁 올 포도는 우물가에 있고
사립문 밖 시냇물 쉼 없이 졸졸겨려
엉금엉금 참게 엉겨붙은 다슬기 미꾸리
떠올리던 검정 고무신 추억 속에 생생하고
동구(洞口) 앞 수호신
열두 아름 정자나무는
스무 아름 나이도 잊었다는데
잔뼈가 굵은 곳
달려가고 싶은 어린 시절은
움켜쥔 가슴에만 스려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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