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에 핀 꽃
주인 잃은 꽃이라 철을 잊었는지
아니면 관심 끌려고 피었는지 모르겠지만,
제철이 아닌데 꽃을 피웠다.
추운 한겨울에 핀 꽃이 하도 가여워 내력을 알아보니
우리 교회 문길례 명의 권사님이 기르던 것이란다.
3~4년 전인가 이 권사님이 천국으로 입성하고
사랑받던 꽃은 꽃 주인의 딸이 늦은 시집을 가면서
버리기는 그렇고 하여 교회다가 갔다가 놓았다고 한다.
그 후로 이 꽃은 해마다 피었는데,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강한 한파가 있었는데도
추위를 무렵 쓰고 피었다.
대공이 짧아
그의 보이지 않는 목을 움츠린 채
마지막 한 송이까지 싱싱하게 피웠지만,
이력을 알고 다시 보니
꽃이 마치 주인을 보는 듯 작았고 조금 부실해 보였다.
하지만 겨울에 피어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문 권사님은 연세가 들어 교회 일은 못하셨지만,
건강한 편이어서 미국으로 일본으로 여행도 다녀오시고 했는데,
위암으로 몇 개월 투병하시다가 하나님께로 가셨다.
그런 줄도 모른 나는 두 송이가 피었을 때
하도 가여워 사진으로 찍고 시로 그 이름을 위로해 주었다.
이제는 주인 대신 오래오래 교회창을 빛내 줄 것으로 믿는다.
꽃을 볼 때마다 문 권사님이 생각 나리라.
식물도 주인과 오래 살면 닮아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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