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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반짝이는 영혼의 뼈를 찾아 나서는 구도자의 길--박희익 시집

by 시인들국화 2018. 5. 18.

박희익 사백의 열 두번 째 시집 엉터리시인의 悲歌> 해설

-반짝이는 영혼의 뼈를 찾아 나서는 구도자의 길-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박희익 사형이 열두번째 시집을 낸다니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끊임없이 詩作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진실된 시인인데 엉터리 시인의 悲歌라는 제목 자체가 역설적이고 해학적이다.

경남 밀양의 한 모퉁이에서 움막을 지어놓고 시를 가꾸고, 후배들을 키우는 것을 필자는 알고 있다.

이번에 그의 작품은 자성적自省的이고 개성적인 삶을 노래하고 있다.

박희익의 글을 읽으면 따스한 온기가 전율로 다가온다. 항상 따듯한 마음이 시의 행간마다 배어 있기 때문이다.

시는 독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는 데 있다, 그렇다면 박희익의 시는 경험과 상상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륜만큼 사유의 깊이가 있어 읽을수록 맛이 나고, 다양한 의미로 확대되어

시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심야

문도 열지도 않고

부르지 않았는데

 

누군가 나의

침실까지 찾아와

잠을 깨운다

 

어떻게 들어 왔을까?

내 곁에 미색의

밝은 여인의 속삭임

 

오늘 밤만 이라도

나와 동침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를 허탈하게 만들어 놓고

멀리 떠나려

서산으로 가는가.

<움 막>전문

 

필자가 움막을 찾은 적이 있다. 터녈식으로 되어 있는 데 벽면과 천장에 온갖 시로서 장식 되어 있다. 마치 시박물관이라고 느껴진다.

이 글에서 나타난 여인은 햇빛이다. 의인법으로 처리하여 재미있게 읽혀진다.

오로지 햇빛, 텃밭의 식물과 벗하여 살아가는 모습은 진리를 찾아나서는 구도자의 모습이라고 보여진다.

움막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을 묘사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서정시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다음은 자신을 엉터리 시인으로 명명한 작품을 두드려보자.

자신의 시를 보고 한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식을 숨기려 하고

잘난 척. 아는 척.

무시하고

글꼴이 엉망인 내가

 

억새꽃 하얀 머리

흔들어 주는 가냘픈 바람

철로 옆 이별 고하는 안개 속

 

슬픈 추억의 한 토막을

시들어 버린 지난 날 답습하고

엉터리 시인의 유년시절

글 같은 글도 쓸 줄 모르면서

 

그리움으로 남은 사무침

글 쓴답시고 쓴 엉터리

글 쓰는 사람이라...

남이 웃는 줄 모르고

그것도 라고 순... 엉터리

<엉터리 詩人> 전문

오늘날 얼마난 많은 시인들이 나타나는 가? 별처럼 쏟아지는 시인들의 수가 많다.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엉터리 시인들이 많다. 그래서 잡초 제거론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문학 잡지사들이 돈 벌기 수단으로 등단 장사를 한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박사백은 시인 중에 참 시인이다. 자성적인 글이다. 자신이 엉터리 시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로 엉터리 시인이 아니다.

등단하자마자 거만한 태도로 대가가 된 듯이 목에 힘을 주는 그런 시인에 엉터리 시인이다.

엉터리 시인이 판을 치고 있다. 등단하자마자 상을 타고 요란하게 떠드는 문단의 한 모퉁이를 보노라면 정말로 눈이 아프다.

 

 

고향에 돌아와 호미를 잡고

과수나무 얼굴 만지며

 

가을밤 별들을 불러

노래를 한다

 

나는 바보 같은 시인이 되어

소란 서러운 길가에 웅크리고

 

이제 늙어 고향에 돌아와

움막지어

대추 대봉 매실 석류 심어

가을을 불러 모아 합창 하리라

< 모자라는 시인> 전문

 

선비들은 낙향하여 자연과 더불어 글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움막에서 기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모자라는 시인이 아니라 알이 꽉찬 시인이다. 역설적인 묘사로 자신을 낮추는 은거隱居

대사가 아닌가?

박희익 시인은 고향으로 돌아와 과수나무와 별과 노래를 통하여 살아가고 있다.

움막 속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가을에 풍성한 열매들을 보면서 노래하는 참 모습은 성인군자의 모습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시를 창작하는 그는 구도자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리라.

 

이젠 너 말 안 들어

채면 있는 놈이냐

한평생 부려 먹었으면 되었지

 

영혼의 심부름 거절 하고 싶다

자동차도 오래타면 부속 교체 하는데

끌고 다니다 보니 무릎 뼈 탈이 났다

 

일이년도 아니고 팔십이 내일 모래

너 하자는 대로 물 때 낀 젊은 날 죄가 되어

볼 것. 못 볼 것. 다보고 어지간히 끌고 다녔지

 

가죽도 쭈글쭈글 시들고

진 빠져 나간 검버섯

뭘 가지려 했는가?

<부속 교체> 전문

시는 경험과 상상력의 산물이다. 인간도 늙으면 자동차처럼 부속을 갈고 싶을 때가 한 두변이 아니다. 무릎이라든지, 고장 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부속품으로 바꿀 수는 없을꺄?

90을 앞두고 있는 사백님의 생각은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무한의 욕심을 갖고 있다. 죽을 때까지 부려 먹어야 할까?

어찌 삶이란 육체적인 고통만 따를 건가?

모든 것을 비우고 내려놓을 때 편안해지지 않을까?

시적 화자가 육체가 되어 꾸짖고 있다. 재미있는 작품이다.

 

맞은편 산기슭

금요일 오후

섹스 폰 동호회

 

늦도록 흘러간

옛 노래 불어준다

 

검은 줄에 걸려

일렁이는 가락

 

타향살이부터

울며 헤어진 부산항 까지

 

시집을 읽다

콧노래 따라한다

 

나도 모르게

빨려 드는 줄 모르고

연주장 가까이와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 밟고 있다.

<해거름의 슬픈 연주> 전문

요사이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섹스 폰 동호회가 곳곳마다 있어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젠 문화 예술이 보편적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 작품은 평화스런 모습의 자연을 보는 듯하다.

삶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놓았다.

 

 

검은 구름 난도질

밝은 빛살 창틀열고

우뢰소리 내며 들어온다

 

이 팝 꽃 울음 끝날 시간 없이

돌아가며 우는 소리 애잔해

꽃들이 합창까지 하는 병실

 

할미 손자 손녀 달래는 소리

속 태우는 엄마 아빠 애간장 탄다

백의 천사 손놀림 바쁘지

 

이팝나무 하나에 딸린 보호자

많은 사람 환자로 보이고

잠 설쳐 약에 취한 파리같이

 

꽃 한 송이 퇴원하면 또 입원

빨리도 교대하내 빈자리 없이

밤낮 소아병동 합창은 계속 된다

<이팝나무 꽃의 노래> 전문

아픈 사람이 들어 있는 병원 입원실을 보고 이팝나무로 환치시켜놓았다.

임원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놓았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시적미감의 상승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입원실은 들어가고 죽어서 나오고 삼라만상이 윤회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이팝나무 꽃잎처럼 떨어지고 떨어지면 다시피어나듯이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늘 이별은 아쉬운 것이다. 울음소리 귀에 쟁쟁 들려오는 듯 한 작품이다.

 

밤을 어지럽히는 풀 벌래 소리

눈에 불을 켜고

세차게 달리는 자동차

검은 밤 하얗게 채우며

창문 향해 찾아오는 어둠

외로움 한잔 소주로 달래며

누군가와 함께 정을 나누고 싶다

연거푸 석잔

손 전화 울림이

정담 나눌 반가운 벗이 온다내

 

기다림이 있어 우정이 달려오고

마중 나서야 될 것 같은데

어두운 밤

먼 여행 다녀온 벗을 불러내

하얀 밤으로 알고 문 앞에 서성 인다

얼마나 좋은 벗이면

두 친구 밤도 잊고 달려올까

<우정의 벗 올 것 같다> 전문

 

움막에는 풀벌레 소리가 합창을 하고 별빛이 쏟아지는 적막의 밤이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엄습해 오는 장소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공간이다.

박희익 시인은 여기서 끊임없이 시를 생산하고 있다.

우정이 넘치는 친구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술 한 잔에 우정의 탑을 쌓는 사백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잠자지 않고

밤새 소쩍새 울더니

 

웬일로

먼동 터기 전

동쪽 산을 물어다 놓고

해뜨길 기다리고 있다

 

무엇 때문에

어떤 사연이 있기에

소복이 물어다놓은

별 때문일까

긴긴 시간 밝은 동녘

 

아님 이별 서러워

밝은 해 솟아오르고

소쩍새 서쪽-서쪽 하다

날아가 버렸다

< 소쩍새 > 전문

 

이 작품은 동화같은 작품이다. 한마디로 깔끔한 작품이다. 맑고 순수한 눈으로 나타나는 작품이다. ‘소쩍새가 동쪽산울 물어다 놓고’ ‘서쪽 서쪽하다가 날아가 버렸다’. 는 새로운 생각이다. 시인은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눈으로 세상을 내다봐야 한다.

이 작품 속에서 깊은 철학이 들어 있다. 아련한 그리움이 녹아 있다.

사백의 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살아간다는 데 있다

 

박희익 시인의 열두번째 시집 엉터리시인의 悲歌는 그의 연륜만큼 깊은 사유에서 건져낸 작품이다.

이 번 작품도 삶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쓴 서정시이다.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적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삶에서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작품이 비유와 상징 그리고 절제와 응축으로 나타내어 시적 미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움막에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진리를 찾아내는 구도자의 모습이다.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그의 성정性情에서 우러나온 작품이기에 독자들에게

시의 멋과 맛을 얹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반짝이는 영혼의 뼈를 찾아 나서는 구도자의 길에 영광이 있길 빈다.

이번에 상재되는 열두번째 그의 시집 엉터리시인의 悲歌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시집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출처 : 소백산 나룻터
글쓴이 : 김전 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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