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포로
풀밭에서 놀다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우려는데
옷 속에서 나온 여치 한 마리가 빤히 나를 바라본다
그 바라봄이 어찌나 새콤달콤한지 눈 뗄 수가 없다
여치의 눈 속에 담긴 나는 여치의 포로
여치가 눈 깜박일 때마다 탈옥을 감행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해와 달과 별이 간수인 그 감옥에 습자지 같은 어둠이 내리면
풀벌레들이 운반하는 그리움들이 까치발로 행진하며 밤을 밝히리
숨 내뱉을 때마다 반짝이던 별들 그 별들이 빚은 사랑이 은하수로 흐르리
머리맡에 쌓인 달빛만큼 그대 향한 마음도 하얗게 젖어들리
내 방이 낯선 듯 긴장한 채 꼼짝 않는 여치를 가만히 바라보니
여치의 눈 속에 담긴 나는 어느새 행복한 포로가 되어있다
여치가 준 푸른 빛 한 조각 가슴에 안고 화안한 웃음 웃고 있다
출처 : 나와 세상
글쓴이 : 이름의 부끄러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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