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야 노올자 캠페인
“넌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기고/방귀희
bing AI로 생성한 이미지 ©방귀희
한승완은 엄마 뱃속에서 두 다리가 태반에 눌려 태어날 때부터 지체장애가 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장이 된 어머니는 아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셨다. 몸무게가 점점 늘어나는 아들을 업고 등하교를 시켜주던 어머니가 허리 디스크가 생기자 한승완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택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컴퓨터교실 수강을 했는데,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결과 보조교사 역할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20세에 월급을 받는 직업인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하여 23년 후인 2019년, 한승완은 중증장애인거주시설 행복누림 원장으로 취임하여 마침내 리더로 우뚝 섰다.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를 받는 등 꾸준히 리더로서의 준비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시인이 됐을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가수 신승훈 노래를 좋아했다. 특히 그 가사가 가슴에 파고 들었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글로 표현해보곤 하였는데 그것이 쌓이자 시(詩)가 되었다.
넌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한승완
넌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같이 부족한 사람 만나 사랑하느라
참 힘들었을 너를 생각하면
넌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무 많이 행복하면
너의 마음 한구석에 먼지만큼 남아있는
나에 대한 그리움이 불쌍해서 울까 봐
조금만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티끌이라도 되어
너의 마음 한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 머물고 있을게
그것이 나에게는
너를 기다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한승완 시집 ‘그대 마음을 주워다 이불 한 채를 지었습니다’ (2020)
한승완
2021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
2020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우수상(소설)
시집 <죄송해요 이별은 처음이라서>(2022)
<그대 마음을 주워다 이불 한 채를 지었습니다>(2020)
<그대에게 예쁨상을 드립니다>(2019)
왠지 갑순이와 갑돌이 사랑이 떠오른다.
갑순이와 갑돌이는 사랑을 했지만 갑순이는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갑순이는 첫날밤 달 보고 울었다는 것으로 갑돌이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승완의 시 ‘넌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는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읊조리면서 ‘조금’과 ‘많이’ 라는 상반된 질량을 동시에 사용해서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그녀가 많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녀가 너무 많이 행복하면 시인에게 미안해질까봐 조금 많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토록 그녀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하면서도 3연에서 시인은 자신이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티끌이 되어 너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서 너를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너라는 존재를 절대로 놓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이 너무나 절절해서 ‘넌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시인의 독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40대 후반인 시인은 아직 독신이다.
노모가 지어주는 밥상을 받을 때마다 불효에 가슴이 아리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애의 아픔을 나누어주고 싶지 않아 독신을 고집하고 있다.
갑돌이도 화가 나서 장가를 갔듯이 한 시인도 ‘넌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그녀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시인이 조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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