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새
분홍빛 상사화
영춘화 소근소근 봄소식
두리번 두리번 해거름 비둘기
벌막공원 벤치에 앉아
지난 해 늦 가을까지 꽃을 피우더니만 탐스럽게 봄을 연다
억새 한 송이 얘는 올봄도 혼자다
이름 모른 새 싹이다 무슨 꽃을 피울지 기대해보자
봄 찾아 동네 한 바퀴
그나마 추위가 떠나고 며칠 따뜻했다고
봄이 왔다
오후의 공원 길은 만원이다
의자도 빈 곳이 없어 아무 곳이나 앉았더니
빈 나뭇가지에 흔들리는 것이 있다
설마하니 새이려고 정말 새가 매달렸다
하늘을 나는 새가 어찌 발목이 묶여
대롱대롱 살아서 퍼덕거리는지 바람에 대롱거리는
내 눈으론 분간이 안된다
내 마음이 왜 이토록 슬플까 어쩌다 저 지경이 됐나
날개는 뒀다 뭣에 쓰려고
봄이라고 했더니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장의자를 차지하고 앉은 노인 연신 대화를 한다 허공에 손짓을 하며
모자도 쓰시고 썬그라스도 착용했는데 마스크는 무마스크 셔
정신이 오락가락 하신 건가 아니면 술에 취하신 건가
나의 발걸음은 행단보도를 건너 벌막공원으로 갔다
벌막공원엔 영춘화와 상사화가 재일먼저 봄을 알리는데
역시나 반겨준다 아직 눈은 안 떴지만 영춘화는
빗물 먹으면 뜨겠다고 작은 소리로 알려준다
그러는 동안 해는 지고
어두워지는 동네 골목길로 돌아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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