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끄트머리 달
메리 크리스마스 떡이 왔다
열한 달을 묶겨 한 덩어리처럼
살고 맞은 계절이 또 춥다
한솥밥 먹는 남자가
내년 일자리 신청하려 갔다 오는 길에
달력 두 권을 얻어와
아직 남은 2021년은 치워버리고
나더러 보란다
코로나 백신을 세 차레 맞더니
남은 달이 지겨웠던 건지
새롭게 시작하려는 구직(노인 일자리)
내년 구직 신청을 해 잊어버리고 싶었던 건지,
꽉 찬 12월은 어디에다 두고
새해를 걸었다고 핀잔을 줬더니
아 그래?
파지로 보내버린 한 달을
새 해 첫 장으로 바꿔 놓고는
위에서 아래로 슥 한번 쓸어내린다
누군 한 달이나 남았는데
누구는 마지막이다
대하는 모습도 다르다고 했던데
나는 이 남은 12월에서
두 가지 얼굴을 보았다
앞머리를 흘려내린 왕성한 남자
포동포동 펄쩍 뛰는 토깽이 모습을
어제 일기 예보는 빗나갔나
비도 눈도 바람도 지나간 12월 한낮
해는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창을 울였다가 웃겼다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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