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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늦은 귀향 / 김문배

by 시인들국화 2021. 1. 24.

늦은 귀향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밤 
점점 다가왔다 멀어지는 
새벽 기차 소리 
입김으로 흐려진 창가의 슬픔이 
부옇게 서려있다 

 

좁은 어깨에 짊어지고 온 
고달픈 사연과 
귀향길에 따라 온 
외로운 발자국이 
대문 앞 눈 터는 소리와 
함께 멈춘다 

무거운 세월이 얹힌 
지붕 위의 쌓인 눈이 
차가운 달빛에도 못 견디고 
눈물 되어 떨어진다 


합리적 모순 

사과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예쁜 사과부터 먼저 먹었다 
다 먹을 때까지 
사과 상자에는 항상 
좋은 사과만 있었다 

사과를 오래 두면 상할지 몰라 
나쁜 사과를 먼저 먹는다 
사과 한 상자가 
전부 나쁜 사과였다 
생각에 따라 사과 맛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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