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상현달
십자가탑에 사는 까치
옥상의 노랑 저고리 네 자매
옆집 노인의 텃밭
꽃은 아직 못 봤지만 가을이 예뿐 말둑에 기댄 새싹 나뭇잎
코로나 19 참 대단하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이것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제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의사도 잡고 간호사도 잡고
어느 나란 공주도 잡혀 온 국민이 조기를 내걸고 조의를 했단다
어쩌다가 공주님께서, 그래서 더
간 떨리는 만물의 영장, 무용지물이 돼
한 두어 달을 방콕해 있다 보니 햇볕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서쪽으로 난 주방 창에 요즘 더러 자주 하얀 햇볕이 들어오는데
오늘은 마스크 안 쓰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엔 이런저런 봄이 와 있어 다행 이런 것들과 노느라고
잠시 코로나 생각을 떼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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