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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어떤 금일봉

by 시인들국화 2020. 2. 28.

어떤 금일봉


반찬을 좀 보냈으니 낼 택배 받으세요
엄마 흉도 보고 불쌍해서 울먹이기도 하다가
엄마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며
금일봉도 들었다고 한다 웬
금일봉, 하곤 둘은 전화상으로 호탕하게 웃는다


뒷날 택배가 도착하고 차근차근
금일봉부터 챙긴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에는 없었다
작은 박스를 뜯기 시작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혹시, 만약에 열어봤다면, 아니지 열어봐선 안 되지,
아니 열어봤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에 맘을 불안케 한다
그래도 서둘지 않고 나머지 믿음을 붙들고 뒤적거리는 건
믿음이 남아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실망이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 금일봉은
검은 비닐봉지 한구석에 얌전히 있다가 나온다
제도 택배로 오느라고 검은 봉지 속에서 맘 조였었나보다


올망졸망 반찬 봉지들을 한 상 느려 놓고 사진을 찍었다
혹시 금일봉은 액수에 신경 쓰일 누가 있을까 해서 반찬만 찍어
카톡! 날리고 몇 자 찍는데
한 손가락 타자의 감사가 도착하기도 전, 전화가 먼저 온다
금일봉 때문에 제도 걱정이 됐던지
"금일봉은?"
"누가 볼까 싶어 반찬만"
"깜짝 이야! 괜찮아 누가 내 카톡을 보나, 난 또 없어졌나 했지!"
"담엔 신세대 입금, 온라인으로 해" 하고는 또 한 번 호탕하게 웃었다.

잘 도착한 금일봉에 안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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