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詩 (333)
11월의 정류장
― 김옥순
버스가 들어오니
우르르 몰려간다
인도에 모였던 낙엽들이
버스라도 타고 갈 양
떼로 달려가 부딪쳐 넘어진다.
김옥순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들 주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 그것도 사사롭고 소소한 사물을 향한 시인의 따뜻한 애정이다.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 이런 것들에게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운 시선을 보낼 수 있을까. 시인의 마음이 그만큼 따뜻하기 때문이 아닐까.
<11월의 정류장>은 짧은 시라 할 수 있다. 5 행밖에 안되면서도 순간을 포착하여 있는 그대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버스 정류장에는 노선 번호에 따라 줄을 길게 늘어서는 것이 보통이다. 시인이 본 정류장은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버스가 도착하면 여기저기 서 있던 사람들이 먼저 버스에 오르려고 우르르 몰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의 시선은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도에 모였던 낙엽들’이다.
정류장 부근의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은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거나 아니면 버스가 정차하며 일게 된 바람에 흩날렸을 것이다. 시인은 이를 바람에 날린다거나 발길에 채인 것이 아니라 낙엽도 버스를 타고 가려는 행동으로 인식한다. 낙엽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버스에 탈 것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고, 먼저 타려고 몸을 부딪치는 사람들처럼 낙엽들도 ‘떼로 달려가 부딪쳐 넘어’지는 것이다.
제목에 ‘11월’이 있으니 낙엽과 연결이 되고 우르르 몰려가 몸을 부딪치는 모습은 ‘정류장’과 연결된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짧은 글은 제목과 잘 어우러져 11월 어느 날 버스 정류장의 모습이 사진처럼 박힌 멋진 시가 된다. ♣
[출처] 김옥순의 <11월의 정류장>|작성자 이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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