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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론 /류근

by 시인들국화 2017. 7. 11.

이빨론 / 류근


놈들이 도열해 있을 땐

도무지 존재감이란 게 없는 것이다

먹잇감 때로 모여 작살내고

한 욕조의 거품으로 목욕하고

처음부터 한 놈 한 놈은 뵈지도 않는 것이다

일사불란하게

꼭 이열 횡대로 도열해 있어야 폼이 나는 놈들

그러다 한 놈 탈영하고 나면 그 자리 너무나 거대해져서

비로소 한 놈 한 놈 공손하게

출석을 브르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다 한 놈이 아프면 된통 아파서

뼈다귀만 있는 놈들이니 뼈다기가 갈리도록 아파서

함부로 만만히봤던 놈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도 달도 당신도 갯벌도

두루미도 학꽁치도 강도 태양도 마찬가지

전부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서

한 놈 한 놈 뵈지 않을 때가 좋은 때다

하느님이 공손하게

한 놈 한 놈 출석 부르지 않을 때가

진짜 좋은 때다


"문학은 윤리가 아니다 들어내 놓고 독자에게

설교하는 시, 폼 잡는 자세로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시는

결코 좋은 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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