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론 / 류근
놈들이 도열해 있을 땐
도무지 존재감이란 게 없는 것이다
먹잇감 때로 모여 작살내고
한 욕조의 거품으로 목욕하고
처음부터 한 놈 한 놈은 뵈지도 않는 것이다
일사불란하게
꼭 이열 횡대로 도열해 있어야 폼이 나는 놈들
그러다 한 놈 탈영하고 나면 그 자리 너무나 거대해져서
비로소 한 놈 한 놈 공손하게
출석을 브르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다 한 놈이 아프면 된통 아파서
뼈다귀만 있는 놈들이니 뼈다기가 갈리도록 아파서
함부로 만만히봤던 놈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도 달도 당신도 갯벌도
두루미도 학꽁치도 강도 태양도 마찬가지
전부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서
한 놈 한 놈 뵈지 않을 때가 좋은 때다
하느님이 공손하게
한 놈 한 놈 출석 부르지 않을 때가
진짜 좋은 때다
"문학은 윤리가 아니다 들어내 놓고 독자에게
설교하는 시, 폼 잡는 자세로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시는
결코 좋은 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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