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떨어진 꽃길을 마구 밟고 달렸다.
어젯밤 일기예보에 바람이 불고 비도 간간이 뿌린다고 하였는데,걱정되었다.
꽃이 다 떨어지면 큰일이니까.
외출에서 다녀와 꽃길을 가보니 야! 장관이다.
엄마들은 꼬마들을 데리고 나와 여기를 봐! 웃어! 자연스럽게 해야지? 하고 호령이다.
나는 내심 저 피리미같은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이 어떤 건지 알기나 해? 그냥 놀게 두고 자기가 찍으면 될 일을 저 야단이다.
나는 나대로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훅! 한번 지나가면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야단법석이라 그만 놓치고 말았다. 조금 기다리니 아이들이 들어가고 나 혼자서 놀았다.
삐비~새도 포즈를 취해주고 햇볕도 적당히 비춰주어 참 좋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버리고 간 종이컵 꽃바구니를 주어서 떨어진 꽃잎을 담으니 세 바구니나 되었다.
이것을 나무에 걸어보기도 하고 나란히 세워 보기도 하며 재미나게 놀았다.
그래서 나는 그 꽃길을 걸으면서 아이가 되어, 꽃 비가 아닌 꽃눈이 내렸다고 일기를 쓴다.
그 꽃눈은 향나무 위에도 내리고 소나무 아래도 소복하게 쌓였다. 바람에 쓸려 언덕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했지만, 녹지는 않았다. 그래서 삼월에 내리는 눈과, 봄에 내리는 눈은 차이가 난다.
오늘 밤에 혹시라도 바람이 오면, 그들은 나비가 되어 팔랑팔랑 춤을 추며 날아갈 것이다.
위험한 찻길에서는 상처도 입을 것이고, 하수도에 빠지면 숨이 막혀 헐떡거릴 것이며, 하늘을 날면 추락하여 분홍색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겠지. 꽃눈은 참! 불쌍하다.
**2011년 4월 24일 부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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