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온 뒤
하늘은 맑고
석양은 동녘의 구름을 물들이고
김포공항 밤 비행기 구름 속을 헤엄 춰가고
하늘나리는 속곳까지 거둬 올리고
폭우에 자빠진 담쟁이 풋 열매도 달았는데
모과나무 위 비비새 이것들은 해거름이면 매일 시끄럽다
올 처음으로 보는 매미 허물, 여름이 무르익었다는 알림이지
폭우가 붙여놓고 간 붉은 단풍잎
배롱나무 처절한 탈의 중
장마에 피운 버섯꽃
얘들은 내가 찍고있는 줄도 모르고
폭우에 주인 잃은 기다림
비 온 뒤 마치 수정처럼 보인 비닐봉지 빗물
나는 빗속에 갇혀 아무런 뜻 없이 지냈는데
늘 보던 것들은 모두 달라져 있었다
비 온 뒤 생기를 찾은 것도 있고 생을 놓아버린 것도 있다.
봄꽃은 자투리로 제모습을 내놓고
가을꽃 복수초가 주책없이 피었다
가는 계절 그 누가 붙잡을 수 있을까만
오는 계절 막을 수 있으니
너는 왜 지금 사 피고 너는 벌써 피었나 할 수 있으리
칠 년을 땅속에 엎드렸다가 나와
칠 일을 노래하고 죽는다는 매미 허물도 보이고
모두가 제 할 일을 할 뿐 불평하지 않는 이것들
동네 한 바퀴 돌며
계절이 오면 맞이하고
가면 가는 대로 마음 비우고 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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