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그네
뭉치면 따뜻하고 흩어지면 깨진다
자동차 불빛의 두 얼굴
엎어지고 오그리고
아직은 내릴 가을이 많은 동네길
붉은 신호등엔 빨강빛이
푸른 신호등엔 파랑빛으로 마음을 바꾸는 변덕쟁이 가로수 투립
쉬어서 가자
쉬어가
와르르 무너진 청춘이여!
기왕 입는 옷 노랑 옷도 입어보고
늦었다 할 때가 이른 때라고 했던가
내 이름은 라일락 첫봄의 향기
쉬면서 가도 안 늦어
내 얼굴은 불 화끈하게 태운 꽃불
배경의 방해는 늘 벌집같은 아파트
정말 백일을 폈는지 세 보진 읺았지만 맞겠지 그냥 믿어준 배룡나무
실삼실이 흔들리는 잎새들
학교에 사는 주인 많은 길양이
낙엽지는 동산 그네타는 두 딸아
가면 쓴 듯한 무당집 담쟁이
귀여운 이웃 화단
만추
동네 한 바퀴
돌 때마다 다르게 뵈는 가을
고운 옷을 갈아입어도
삼 일을 못 넘을 세월
머잖아 올 인생 만추의 모습
남은 과제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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