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지를 푹 숙인 것이 궁전을 도는 초롱 같아서
가을부터 싸매고 있는 꽃망울
안 좋은 눈엔 꽃으로 보인 사철나무 열매
지금 막 가을인 남천
외발 자전거
곧 올라올 꽃 망초
열매도 한 줄
강아지 같기도 하고, 뱀 대가리 같기도 하고
정체불명의 꽃잎도 아니고 씨앗도 아닌 이것이 뭘까
언제봐도 소나무는 멋있다
설 쇠고
동네 한 바퀴 아니 초등학교 돌아오기
요즘 들어 볕 보기가 드물어
볕 난 김에 나갔더니 동백은 가을부터 맺었더구먼
언제 붉어지려고 그대로고
2년 된 빌라 화단의 개망초만 검붉다
무릎 높이의 화단 턱에 걸터앉아 맥없이 내 얼굴을 찍어 주무르며
오가는 길눈에 신경을 쓴다 휴대전화를 보는지 카톡을 보는지
알 필요도 없는 사람들의 눈치를
은행나무에 둥실 뜬 까치집을 지나 학교 숲을 들어서선 괜히
나무 옹이만 쳐다보며 개 같으니, 뱀 대가리 같으니, 중얼거리다가
운동장 한 곳 넘어가는 석양을 보는데, '운동 나오셨어요?'
친절한 목소리에 보니 미용실 갈 적마다 오는 아모레 언니다
반가운 척해주고 마스크 한 얼굴이 사라질 즘 공원 돌의자에 앉아
시커먼 소나무에 넌 겨울 하늘에 잘 어울려, 칭찬하며 손으로 엉덩이를
탁탁 털며 오늘 운동은 끝, 하니
그새 내려온 어둠이 자리를 펴고 벌러덩 누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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