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1집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눈을 감으면
바람과 햇살이
몸은 괜찮아?
마당이라도 잠깐
걷는 게 어때?
살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힘을 내야지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영차, 하며
일어섭니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아흔여섯의 나
시바타 씨
무슨 생각을 그리하세요?
물음에
난처했습니다
지금 세상은
잘못됐다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한숨을 쉬며
웃을 뿐이었습니다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배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귀뚜라미
깊은 밤 고다쓰 안에서
시를 쓴다
나 사실은
이라고 한 줄 쓰고
눈물이 흘렀다
어딘가에서
귀뚜라미 운다
울보랑은 안 놀아
귀뚤귀뚤 운다
귀뚤귀뚤 귀뚜라미야
내일도 오렴
내일은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게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아침은 올 거야
홀로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불행해....
한숨짓는 네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출 거야
약해지지 마 2집
추억 ㅡ 이별
월급을 받은 봄날 저녁
다리 옆에서
후 짱이
"도요 짱, 나
내일 고향으로 돌아가,"
작은 목소리로 알렸다
어머니께서 몸이
몸이 많이 편찮으시구나
생각했지
버드나무에 솜처럼
핀 꽃
눈물이 흘러넘쳐
멈추지 않았네
이 시를 일본 산케이 신문 (아침의 시) 심사위원인 '신카와가즈에' 시인은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게 했다고 한다
더부살이 하는 동년배 후 짱이 월급을 받은 어느 봄말 해질녘, 다리 옆에서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작은 목소리로 털어놓았을 때
속으로 어머님이 많이 아프구나 하면서도 이별의 슬픔을,
한 박자 쉬고 갑자기 바람이 흩날리는 버들 가지로 독자들이 눈을 돌리게한다
눈물이 차올라서 참을 수 없는 모습을 버드나무에 핀 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요 시인의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마치 어린 가지처럼
바람이나 빛에도 휘어지게 하고 산들거리게 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도요 시인의 나이 100세 (2011년 여름)에 2집을 내고
2013년에 별세했다고 한다
이 시를 옮긴이 채숙향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시 읽고 감상문 몇 자**
이 시집을 소개받은 내 나이는 꽉찬 69세 12월
작년부터 맥없이 아프고 원인 모를 기침을 하여 병원도 다녀보고
약도 먹어보았지만 효과는 그대로라 이제 다되어가나 보다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시집을 읽으니 생각이 달라지려한다 100세에도 연지를 바르는 모습 집안에서도
운동을하며 몸관리를 하는 모습에서 조금 놀랐다 시를 쓰기는 90대부터였다고 하는데
난 60대에 시작한 문학, 90대라 한데도 30년이네, 용기가 조금 생기려고 한다.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바램이었음 좋겠다 치매 치매만 안 오면 가능할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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