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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자료

[스크랩] 영화 <변호인> 옥의 티

by 시인들국화 2014. 1. 29.

영화 <변호인> 옥의 티 

 

 

 

 

   영화 <변호인>이 며칠 전에 관람객 천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부산에서 세무변호사로 꽤나 잘 나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부림사건. 5공화국 신군부의 용공조작의 하나였던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은 첫 장면에서 영화는 허구라고 밝힌다. 그러나 저 80년대를 살아온 어느 누구도 이 영화를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국밥집 아들 준우가 부림사건의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대부분이 노 전 대통령의 실화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모른다고 하여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그리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5천만 대한민국에서 천만이 영화를 봤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혹자는 영남의 ‘박정희 신드롬’을 빗대어 ‘노무현 신드롬’이라 하고, 보수꼴통들은 ‘노빠들의 반란’이라고까지 한다. 그러나 ‘노빠’가 아닌 나도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내게 국가란……’이란 대목에서 배우 송강호의 절규는 이 영화의 압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외침은 바로 이 시대 저 위정자들을 위한 항변이다.

 

   그렇기에 노무현을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군사독재권력이 조작한 용공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변호사 송우석의 몸부림은 이 시대에도 있어야할 저항이다. 아니 민주공화국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용기 있는 자의 행동이다. 그렇기에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의 관람을 권한다. ‘<변호인>의 최고 변호인은 다름 아니라 바로 관객 여러분들입니다’는 배우 송강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개인적으로는 천만이 아니라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의 모든 국민이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는 되지 않더라도, 한국영화 사상, 아니 국내 상영영화 사상 최다 관객의 수치를 갈아치우기를 기대하며 제작자와 스탭, 연기자 그리고 이 영화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옥의 티 하나. - 지난 번 독서토론에서 지적을 했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만.

 

   국밥집 아들 준우가 경찰에 끌려가기 전 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칠판에는 피천득의 수필 <인연>이 적혀 있고, 준우는 교과서를 읽는다. 바로 칠판에 적혀 있는 그 수필 내용이다. 그러나 야학의 누나, 아줌마들은 수필 <인연>에는 관심이 없다. 모두들 준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농담을 던진다.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들려달라고. 수필이 바로 그런 내용이기에 그렇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은 제4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다. 그러니 실제 부림사건이 일어난 1981년 9월과 시대상황이 맞는 설정이다.

 

 

 

   그런데 준우가 손에 들고 읽는 책, 학생들이 책상 위에 펼쳐놓은 혹은 덮어놓은 책은 1학년 교과서가 아니라 3학년 것이다.

 

 

 

   결국 선생은 칠판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피천득의 수필 <인연>을 적어놓은 채, 3학년 국어책을 들고 1학년 국어 교과서 내용을 읽어가면서, 학생들은 3학년 국어책을 펼쳐놓고, 공부하고 있는 것이 된다.

 

※ 옥의 티 둘.

 

   준우를 포함한 부림사건 혐의자들이 체포되어 감금당한 채 고문이 자행되는데, 이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군의관으로 현역 육군 중위가 파견된다. 영화 속 그의 모자와 상의 옷깃에 붙어 있는 계급장은 이렇다.

 

 

 

   차동영 경감은 상부로부터 불려가 술자리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서 사건조작을 지시받는데 그 자리에서 사건 조작을 지시하는 보안사(당시) 간부는 육군 대령이었다. 영화 속 그의 상의 옷깃에 붙은 계급장은 이렇다.

 

 

   이들의 계급장을 2014년 현재 육군본부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정확한 사진으로 보면 이렇다. 

 

 

 

             

 

  그러나 이 계급장은 부림사건이 일어난 1981년 육군 장교 계급장과 다르다. 당시 육군 장교의 계급장에는 장성에게만 무궁화 표지가 있었을 뿐, 다이몬드와 대나무꽃을 상징하는 위관과 영관 장교의 계급장에는 그 표지를 달지 않았다. 무궁화 표지가 없는 위관과 영관 계급장의 모습은 이렇다.

 

 

 

   90년대 초에 영관과 위관 계급장에도 무궁화표지가 붙게 되었으며, 1996년에는 ‘하사관’이 ‘부사관’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며 부사관 계급장에도 붙게 된다.

 

   이 두 가지 '옥의 티'는 소도구 혹은 의상 담당자의 아주 사소한 실수라 할 수 있겠지만, 기왕의 천만 관객 영화이기에 시대상황에 맞는 소도구와 복제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나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왜 이런 것이 눈에 보일까.

   식자우환(識字憂患) — 아는 것이 정말 병일까. 

   그래도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넘어 우리 영화사상 최다관객 동원을 기원하는 것은 그만큼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출처 : 내사랑 복사골문학회
글쓴이 : 이병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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